계속해서 초보자가 되는 불편함
몇 주 전, 직군이라는 허상이라는 글을 올렸고, 적지 않은 메이커분들께서 공감의 반응을 남겨주셨다.
그만큼 스타트업에는 분야와 적성을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일을 수행하고 있다는 분들이 많다. 디스콰이엇은 Operator라는 직함을 사용하는데, 한 번은 유니콘의 공동창업가 분이 내 명함을 보시더니,
직함이 '죄다 함'이네요!
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계속해서 초보자가 되는 불편함
스타트업에 일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처하는 상황이 있다면, 무언가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배워야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초보자가 되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응용하며 배워간다. 어제는 노코드를 배워 제품을 만들고, 내일은 콘텐츠를 공부해 제품을 소개할 자료를 만들고, 다음 날에는 좋은 GTM 사례를 학습해 제품을 shipping한다.
이 과정이 성공적이었다면 고객이 유입되면서 제품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할 수 있는데, 누군가는 채용을 처음 배워가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누군가는 동료 창업가를 만나 IR 팁에 대해 배우고, 누군가는 부트스트래핑 사례를 보며 투자금 없이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사회에서, '무언가를 잘 모르는 상황'이 편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초보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익숙한 것을 찾게 된다.
그럼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초기 팀에 적합한걸까?
초보자가 되는 기분에 익숙한 사람
앞선 질문에 대해서는, 직접 채용을 해본 적이 없어 솔직히 단언할 수는 없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지 않을까 싶다. 반이 맞는 이유는 가지고 있는 지식/경험 데이터가 많을수록 탐구에 필요한 시간이 감소하고, 직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초보자가 되는 기분에 익숙한가?'라는 질문에 긍정할 수 있어야한다.
초보자가 되는 기분에 익숙한 사람이란, 이전에도 여러 번 새로운 분야를 처음부터 공부하는 상황에 노출되었고, '무언가를 잘 모르는 기분'에 익숙한 사람을 말한다. 이는 앞으로도 '무언가를 잘 모르는 상황'에 놓였을 때 덜 위축되고 빠르게 배워나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알 수 있다. 초보자가 익숙한 사람은 실패를 '정보 습득의 과정'으로 인지한다. 어차피 잘 모른다면 실패할 수 있고, 중요한 것은 양질의 레슨런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실패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실패에서의 낙담보다는, 배우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빠르게 배워나가면서, 스스로의 직관을 키워간다.
초보자에서 벗어나는 방법, Imitation
그럼 초보자가 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할까? 나는 롤모델을 정하고 Imitation하는 방법을 정말 좋아하고 추천한다. 아래의 요소를 참고해 질 높은 Imitation을 할 수 있다.
배우고 싶은 명확한 패턴 찾기
절대 모든 것을 따라하려고 하면 안된다. 아마 대부분 우리가 롤모델로부터 배우고 싶은 것은 의사결정 방식, 삶의 루틴 등과 같은 하나의 '패턴'일 것이다. 16GB 램이 소화하던 일을 4GB 램이 소화하려고 하면 과부화가 올 수 밖에 없다. 명확한 패턴을 정의하고, 그걸 배워야한다.
적합한 롤모델 찾기
롤모델을 정할 때 흔히 '업계에서 유명한 일잘러'를 떠올리며 무작정 그들을 따라하려 한다. 이는 큰 실수다. 나 역시 이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각각의 사람마다 쉽게 바뀌지 않는 기질이 있다(어쩌면 절대 바뀌지 않을). 만약 나랑 기질이 다른 사람을 imitation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강점도 배우지 못하고, 나의 강점도 극대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기질이 다르다는 것은, 내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그게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된다. 보통의 의사결정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framework + 개인의 취향"으로 결정된다. 만약 그 취향이라는 것이 나와 너무 달라 타협할 수 없다면, 그 이유를 정의해보면 기질을 파악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른 기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팀으로 일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모두가 초보자
인스타그램을 창업한 Kevin Systrom은 적어도 창업에 있어 초보가 아닐 것 같지만, 스스로 '앞선 창업이 성공한 상태에서, 그 다음 창업을 하는 상황'이 부담되고 어렵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결국 모두가 '초보자 > 숙련자 > 초보자'의 순환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인지하고, 어떻게 하면 빠르고 즐겁게 배워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이 적합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조급함만 내려놓는다면 새로운 걸 배우는 과정은 너무 즐거운 것 같슴다-! ٩( ᐛ )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