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떻게 네트워크를 형성할까? 디스콰이엇에서 창업가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이다. 차갑게 답변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이고, 뜨거운 답변은 ‘안정감을 주기’이다. 그리고 난 둘 중 더 actionable해 보이는 전자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리고 넥서스를 읽으면서 인간 네트워크에 대한 사고를 넓힐 수 있었는데,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핵심요소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인위적인(허구의) 기억을 만들어내고, 이를 재현하는 것이다. 때문에 항상 진실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정보는 곧 진실과 질서로 나뉜다.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진실과 질서를 조화시켜야하며, 이러한 사고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는 풍요로워질 수 있다.
읽던 도중 급하게 적은만큼, 편한 말투로 적었다.
네트워크 형성에 가장 필요한 것
한 명의 인간이 살면서 맺을 수 있는 인간관계의 수는 수백 명 수준이다. 이는 한 사람이 보유한 정보량이 상당하고, 타인과의 감정교류에 쏟을 에너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호오 사피엔스는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무리를 지어 대륙을 정복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사피엔스들은 허구적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믿으며, 함께 감동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알지 못하지만, 동일한 이야기를 알고 믿고 있다면 서로를 신뢰할 수 있었다.
이야기는 허구의 사실을 통해 서로를 가족으로 상상하게 만들면서 신뢰를 만든다.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존재했는지도 모를(물론 그들은 강하게 믿고 있지만) 예수와 사도들이 가졌던 최후의 만찬에 대해 어쩌면 당사자들보다 더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예수는 그들에게 아버지였고, 그를 믿는 수많은 사람들은 서로의 형제자매였다.
즉, 네트워크 형성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이야기이며, 이는 인위적인 기억을 만들고 그것을 재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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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에 대한 순진한 관점
여기까지는 평소에도 어렴풋이 알았어도 이제부터 나오는 ‘정보에 대한 순진한 관점’이라는 개념이 내 사고를 넓혀주었다. 정보에 대한 순진한 관점이란, ‘풍부한 정보는 곧 진실로 이어지며 사람들이 진실을 알면 힘뿐만 아니라 지혜도 생긴다고 믿었다. 예를 들어, 히틀러에게 유대인에 대한 더 방대하고 풍부한 지식을 제공했다면 히틀러가 그런 끔찍한 짓들을 하지 않았을거라 기대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보에 대한 순진한 관점은 안심되는 말이지만, 인류의 역사는 이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인간이 힘을 주고 야심하게 진행했던 모든 업적을 보자. 사피엔스가 매머드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해서 사냥의 성공률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반면, 사냥을 하다 영광스럽게 죽은 사람들은 사후에 좋은 곳에 갈 것이라 설득한다면 사기는 높아지고 성공률에 영향을 줄 것이다. 이는 진실보다는 질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사냥률이 높아져야 부족원들이 굶지 않을 것이고, 이는 모두에게 좋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역사적으로 사람들을 조직하고 통제하는 힘은 ‘진실’과 ‘질서’로부터 오지만, 현실에서는 진실만 아는 사람들(e.g. 수학자, 생물학자)에게 지시를 내리는 쪽은 언제나 질서를 구축하는 사람들이었다. 과학자들에게 핵 무기 개발을 지시하는 정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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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한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때문에 가장 좋은 인간 네트워크를 위해 가장 이상적인 것은, ‘진실에 대한 탐구’와 ‘질서 유지’를 병렬적으로 지속해야한다는 점이다. 정보는 진실을 발견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며 그렇다고 포퓰리즘에서의 가장 강력한 무기도 아니다. 만약 진실과 질서가 올려진 저울이 한쪽으로 기운다면 항상 혼란이 만들어지곤 했지만, 인류는 이런 혼란을 극복해오며 질서유지를 위해 자신들이 발견한 진실을 어떻게 활용해야할지 알게 되었다.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는 것 말고도 이야기, 허구, 거짓말을 이용하게 된 것이다. 그게 좋은 쪽이든, 아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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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노트가 갖춰야하는 것
‘Note’라는 제품은 진실과 질서가 잘 균형잡을 수 있도록 돕는 제품이다. 정보가 쏟아지는 시절의 노트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캡쳐하고 구조화하는 것을 잘해야했지만, 지금처럼 다양한 관점이 쏟아지는 시대에는 다양한 관점들을 소화해 나만의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말해, 진실을 이해한 상태로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글, 이야기 등이 전부 질서를 부여한 결과물인 것이다.
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진실탐구에서 그치지 않고, 질서유지에 기여할수록 사회는 풍요로워진다고 믿고 싶다. 그래서 이러한 과정을 돕는 제품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