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인양품에 꽂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관련 책을 거의 전부 읽었습니다. 인간의 통제하기 어려운 욕망에 대한 안티테제로 만들어진 무인양품을 향한 존경심이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밑줄 친 문장들을 그대로 적었습니다. 하나씩 천천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Carousel — Yehezkel Raz
인간은 항상 ‘좀 더 유행의, 더 화제가 될 물건’을 추구합니다. 욕망은 커지기만 할뿐, 현재에 만족할 수 없기에 항상 불만족스러운 느낌이 듭니다…(중략)…하지만 자신만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사는 사람들은 있었습니다. 그들을 ‘좋은 생활자’로 상정하고, 그런 사람들이 선택할 것 같은 상품을 만들어 거기에 브랜드나 디자이너 이름을 붙이지 않고 가치를 전하자는 발상으로 출발했지요.
예전 우리의 삶에는 ‘절묘한 기준’이 있었습니다. 가레산스이(일본 정원이나 회화의 한 양식)에서는 돌과 모레로 산과 물의 흐름을 표현합니다. 분재는 손바닥에 놓을 수 있는 정원입니다. 이런 것들을 바라보며 자연의 풍경을 상상하는 것이 일본의 전통적인 즐거움이었습니다.
문제를 발견하고 ‘도움이 되는’ 일을 시작하니 우리가 더 많은 기술을 갈고닦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것을 정말 많이 실감했습니다…그리고 그 기술은 돈을 지불하는 공부가 아닌 돈을 받는 공부일 때, 훨씬 빨리 배울 수 있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도움이 되자‘에도 다양한 수단이 있습니다. 무인양품에서는 특히 아래의 여섯가지에 유의하며 이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상처입은 지구의 재색
다양한 문명의 재인식
쾌적함/편리함 추구를 재고
새것에 대한 미의식
연대의 재구축
잘 먹고, 자고, 걷고, 치우기
가축이란, 현대에서는 인간이 식용으로 사육하는 동물을 가리키는데, 그 동물들이 원래 가지고 있는 능력 중에서 인간에게 유익한 능력은 진화하고 그렇지 않은 능력은 점점 퇴화했습니다. 실은 인간도 마찬가지여서, 현재의 사회 시스템에 유용한 능력은 교육을 받아 발달하지만, 그다지 유용하지 않은 능력은 신체적 뿐만 아니라 정신적 요소나 마음 상태까지도 퇴화합니다.
인류의 이러한 ‘자기 가축화’가 일으킨 해악을 철저하게 억누르는 편이 지구에 보다 나은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누가 언제 그 형태를 만들었는지 모르게 태어나 사용되고 사랑받고 있는 그릇과 도구들, 익명의 도구들
이름이나 기호로 영광을 누리기보다는 창조에 대한 열정이 솟아올라 만들어낸, 익명의 디자인
납득할 수 있는 좋은 형태가 나올 때까지 노력해, 시간을 낭비하면서도 그 낭비를 없애려고 한다.
그것을 만드는 데 들어간 노력과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물건의 그림자로서 남는다.
그처럼 어느새 가축화되어버린 자신을 해방시키기 위해 평소 잊고 지내는, 좋아하는 것들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가만히 달을 본다, 맨발로 땅을 걸어본다. 그런 돈 한 푼 되지 않는 행위가, 현대를 사는 우리 생활에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유롭다고 하면 물질적인 것에 무게가 실리는 것 같고, 좋다는 말 또는 여전히 물질적이어서 편리하거나 쾌적하다는 것을 중심에 두는 듯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목표로 하는 생활을, ‘기분이 좋은 생활’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빈곤이란 조금만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한없이 많은 것을 필요로 하느라 계속 더 가지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단순함이란,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불필요한 부분이 저절로 깎여나가 아름다운 형태를 가지게 된 물건의 모습입니다.
무인양품은 물과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술처럼 화려하지 않고, 향수처럼 사람들을 매료시키지도 않지만, 늘 순수함으로 모든 사람의 보편적인 건강함을 보증합니다.
이미지가 앞서 있다는 것은 상품의 품질은 따라가지 못하는 광고를 말하는 것으로, 광고에 예산을 사용하느라 품질이 떨어진게 아닌가, 물건 제작에 소홀해진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고객이 갖게 해버린 것입니다.
이제까지 어떻게 하면 물건 이상의 물건을 만들까 고심해왔는데, 물건이라는 것은 굳이 이 이상의 물건일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무인양품은 되묻지요.
무인양품의 가격
계속 좋은 가격 : 구성비가 가장 높고 사용빈도가 높아 나날의 생활에 밀착해 있는 중심 상품들입니다. 생활자의 마음 같아서는 좋은 물건을 가능하면 싸게 사고 싶기 때문에 이를테면 속옷이나 양말 등이 해당합니다.
고집하고 싶은 가격 :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물건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상품 영역이빈다. 오래 사용하는 침대나 소파, 가전제품이나 소재에서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의복, 패브릭류입니다.
이득을 본 것 같은 가격 : 사용빈도나 소모빈도가 높은 것. 어쩐지 얻어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하지만 단순히 싸기만 한 게 아니라 소재나 공정, 포장 등도 잘 연구해 ‘싼 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실컷 사용하고 싶어지는 상품 영역입니다.
생각
일본 선불교의 정원을 사랑했던 스티브 잡스, 무인양품에 영감을 준 가레산스이, 그리고 자금난으로 실리콘밸리를 떠나 교토에서 재탄생한 노션. 우리 삶에 깊이 자리 잡은 기업들 중 많은 곳이 일본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의 디자인이나 제작 방식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와 운영 기준까지도 일본의 철학이 스며들어, 오랜 시간 견고한 가치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 같네요.
전반적으로 제품개발의 기조를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무언가를 더하는 것보다 무인양품처럼 절제하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사용성을 제공하되, ‘이 정도면 충분하다‘라는 느낌을 주는 제품은 적정한 절제에서 만들어집니다.
저랑 나중에 MUJI 긴자점 놀러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