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글을 많이 적지 못했는데, 심리적으로 무너진 것 같다.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간헐적으로 과호흡이 오면서 주저않는 횟수가 늘어나자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갑자기 시작된 군 복무 때문에 내가 가장 잘 맞았던 팀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그냥 이 상황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디스콰이엇 상황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건 나도 알고 있지만, 떠난 것에 대한 죄책감이 컸다. ‘조금 더 남아서 뭐라도 해봤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때로는 내가 애정을 쏟던 것들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너져 내릴 때가 있다. 특히 그것이 내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 그 충격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아프다.
이럴 때 가장 힘든 점은, 그 고통을 원망할 대상조차 없다는 것이다.
과호흡이 자주 찾아오고 어지럼증도 심해져 병원에 가볼까 싶었다. 하지만 병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냥 미친 척하고 새벽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3개월 동안 했다. 결과적으로 몸은 건강해졌지만, 정신은 그대로인 이상한 혼종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신분당 라인의 창업가 모임을 다녀온 이후로 에너지가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도언이 근처에 사는 메이커 몇 명을 모아 저녁 자리를 마련했는데, 캐시모어의 태훈님, Fort의 현수님, 편의점 게임을 만들던 희수님, 파파러웨이의 형구님, 그리고 도언이 참석했다.
특별한 이야기를 나눈 건 아니었다. 그냥 각자 즐겨했던 게임 이야기와 언제나 그렇듯 요즘 가장 안 풀리는 문제를 나눴다.
그때 무언가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깨달음이 내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래서 한 달 전쯤 어설프게 만들던 토이 프로젝트를 과감히 접고, 원래부터 만들고 싶었던 노트 제품을 다시 진지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예전에 현솔이 “한 번쯤은 온전히 감각에 의존한 창작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듣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난 한 달이 나에게 딱 그런 순간이었던 것 같다. 이제 이벤트 심고 빨리 배포해보고 싶다.
이번 싸이클을 돌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창조적 감각(Sense of Creation)’ 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또 다른 창조를 연쇄적으로 불러오면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연결을 만들어주고, 미처 몰랐던 호기심을 끌어내기도 한다. 글로 써놓고 보면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역시 직접 경험해보면 전혀 다른 깊이로 다가오는 것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그냥 이런 과정을 잘 겪고 다시 싸이클을 돌릴 수 있다면 그게 젊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담 1. 요즘 스페이스 제로 팀과 가장 가깝게 지내고 있다. 종종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데, 최근 팀 프로필 사진을 찍어줬다.
여담 2. Bttrfly의 개발과정을 기록할 substack(Link)을 하나 만들었다. 영어로만 작성할거고 꽤 정성들여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진지한 분위기로 적었던 것 같은데, 워낙 공유할 맥락이 많기도 했어서 처음으로 가볍게 적어봤습니다. 적고나니 힘들었던 시간이 꼭 힘들지만은 않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읽으실 때 재미있으셨길 바랍니다!
다시 정신 차리고, 다음 글은 GTM을 해보고 그 시행착오를 담은 이야기로 적어보겠습니다.
벌써 올해의 절반이 지났네요! 남은 반 년의 시간에는 또 어떤 재미있는 일이 기다릴지 기대가 돼요 :)
빨리 배포해주세요 현기증 날 것 같아요
광교 또 놀러가야겠네예~